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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관련 저서

잊혀진 국경, 1,4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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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세균 | 출판사 : 파라북 | 출판일 : 2026.11.25
판매가 : 22,000 원

책 정보

휴전선만 바라보는 사이, 1,400km의 국경이 달라지고 있다

 

북중 국경의 길이는 1,400km. 남북한 군사분계선(248km)보다 5배 이상 길다. 그런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휴전선에 갇혀 이 국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굳게 닫힌 북한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면, 국경은 북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관찰 지점이다. 중국의 작은 움직임이 북한의 변화를 반영하고, 북한의 작은 변화가 중국의 대응을 바꾼다. 이 책은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진 국경을 물길과 감시망이라는 두 개의 렌즈로 읽어 낸다.


강이 쓰고 지우는 국경선

압록강 하구의 선박 침몰은 과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부터 3년간 양국의 준설 작업이 멈추면서 수로가 얕아진 탓이었다. 강은 국경선 위에서도 쉬지 않고 흐르며 땅을 만들고 허문다. 황금평은 1962년 조중변계조약 당시 10.4㎢에서 약 11.94㎢로 14% 이상 넓어졌고, 이제는 폭 10m 안팎의 인공 수로와 철조망만 사이에 둔 채 중국 육지와 맞닿아 있다. 하첨사주를 둘러싼 해석 차이는 30년 넘게 협상의 걸림돌로 남았다. 책은 마시도와 ‘미획정 10개 섬·사주’까지 짚으며, 국경이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물길 위에서 끊임없이 협상되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다리와 송유관, 그리고 단둥이라는 관찰자의 도시

북중 관계의 온도는 인프라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1950년 중국군이 수면 40~50cm 아래에 놓아 하늘에서도 보이지 않게 한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고, 중국은 송유관 밸브를 예고 없이 잠가 단 사흘 만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제재의 그물은 촘촘하지만 회색지대의 중개인들은 멈추지 않아, 2024년 수해 현장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의 차는 대당 약 2억 원짜리 렉서스 ‘LX 600’이었다. 완공 후에도 12년 동안 차량 한 대 건너지 못한 신압록강대교가 얼마전에 개통된 것도 그러하다. 팬데믹 시기 투먼시는 철조망 위에 새를 막는 그물망까지 얹었고, 이제 감시는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원래 백두산 호랑이를 쫓기 위해 만든 카메라가 강을 건너려는 사람의 발자국을 센다.

 




지워지는 고구려, 덮이는 선양의 기억

압록강 일대는 청나라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고구려가 호령하던 우리 민족의 영토였다. 그러나 오늘날 단둥에서는 고구려의 숨결을 지우고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주장하는 거대한 역사 왜곡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고구려 박작성이 있던 후산창청을 명나라 장성으로 내세우고, 시내에는 약 1억 위안을 들인 ‘동북아 국경 역사박물관’을 지으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국에 편입하려 한다. 선양의 기억도 같은 운명이다. 1901년 무렵부터 조선인이 모여들어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까지 더해지며 동북 3성 최대의 조선인 거주지가 된 서탑은 한때 ‘국경 없는 거리’였다. 병자호란 뒤 끌려온 조선인 포로가 물건처럼 거래된 남탑 일대는 지금 중국 10대 신발 도매시장으로 변했다. 사람을 사고팔던 자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된 것이다. 역사의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를 덮어 간다.


동쪽의 숨구멍, 북·중·러가 새로 쓰는 지도

두만강은 세 나라의 셈법이 가장 복잡하게 얽힌 강이다. 중국은 동해로 나가는 길목에서 약 15km 앞이 막힌 채 러시아와 북한의 영토에 가로막혀 있고, 2024년 5월 시진핑과 푸틴은 중국 선박의 두만강 출해를 위한 ‘건설적 대화’를 공동성명에 담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극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며 철교 높이 개선과 하구 준설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중국에게 두만강이 ‘막힌 출구’라면, 북한에게는 ‘열리는 숨구멍’이다. 북러 사이에는 자동차 교량이 놓이고 여객 열차가 다시 달리며, 러시아의 에너지가 북한으로, 북한의 노동력이 러시아로 오간다. 그 이면에는 제재를 우회하는 노동력과 외화의 흐름이라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협력과 견제, 기회와 위험이 한 강 위에서 교차하는 이 변화는 동북아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닫혀 있던 동쪽 국경이 열리는 순간, 한반도와 동북아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결어: 우리가 잊은 사이, 국경은 변하고 있다

국경은 고정된 선이 아니라 시대와 관계에 따라 그 기능과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국경이라도 국가 간 관계가 바뀌면 닫히기도, 다시 열리기도 한다. 이 책은 국경선의 위치를 확인하는 책이 아니다. 강과 다리, 송유관과 철도, 카메라와 철조망 위에서 국경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는 책이다. 우리의 시선에서 멀어졌던 국경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언젠가 통일 한국이 마주하게 될 국경을 준비하는 일이다. 국경의 변화가 향하는 곳은 결국 우리의 미래다.

저자 소개

KBS에서 31년간 재직하며 한미 FTA 취재팀을 이끌었고, 중국지국장 겸 특파원으로 베이징과 선양에서 활동했다. 한국 방송사 특파원 가운데 가장 긴 7년 넘게 중국 현지에서 근무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국경이 닫혔던 2020년부터 4년간 선양 특파원으로 주재하며 북중 접경의 변화와 국경 물류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다큐멘터리 〈미중 신냉전 시대 오나〉와 〈화웨이, 우리는 안전한가〉를 제작해 미중 패권 경쟁의 실상을 조명했으며, KBS 홈페이지에 고정 칼럼 ‘오세균의 중국話(화)’를 연재해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기록했다.

저서로는 《차이나 크라이시스-돌아온 트럼프, 위기의 중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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